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여행에 관한 사이비인문학적 글 짓기

   우리는 종종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마녀도 여행을 떠나고, 새들도 제 살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다. 여행이란 말은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단순한 공간의 이동을 여행이라 말하는걸까? 그렇다면 새들의 이동과 십자군 전쟁의 병사들은 유럽에서 서아시아로 여행을 떠났다는 말이 맞을테다. 반면에 어떤 의미, 호기심에 의한 여행, 일탈에 의한 여행 처럼 어떤 감정 혹은 지적이고, 감성적인 목적에 의한 여행이 여행인걸까? 그렇다면 전쟁과 단순한 생존을 위한 이동은 여행이 아니다. 삼장법사의 인도로의 종교적 순례 역시도 여행이며, 이 곳에서의 삶이 답답하여 떠난 나도 여행을 한 셈이 된다.
 
   탐험과 유람, 순례, 유랑, 방랑, 여행, 떠남,
 
   그 의미를 이리 상세히 보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되려 단순한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뭐 이러저러한 생각이 들긴한다. 그저 떠나는게 여행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 모든 사람이 여행을 떠날 때 "난 이 것을 위해 가는거야!"라고 자기 세뇌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한 여행과 내가 할 여행, 혹은 여행자인 삶을 되돌이키는 과정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고대의 탐험가들, 혹은 현대의 여행자들을 바라보며 "왜 여행을 떠났나?"하는 질문을 통해 그 당시의 세계를 상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로부터의 지금까지의 여행의 변화를 바라보며 다음 여행에 대해 떠올려 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떠날 여행에 있어 더 바람직한 경우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내서 내 여행에 적절히 섞을 수도 있다.
 
   여행은 나 스스로의 축복어린 행복을 선물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른 세계, 다른 문화, 혹은 지금 이 곳에서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기 위한 일종의 공간 이동이다. 나 스스로의 만족은 여행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궁금할 때 주저하지 않고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이 의미에 있어서 삶은 여행이 될 수 있다. 삶이 여행이 될 수 있다 믿는 자, 그 끝없는 호기심을 고이 간직하는 사람은 삶은 여행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곳을 바라보아, 종종 다른 느낌을 갖는 사람, 그리고 그 다른 느낌을 간직하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러할 수 있는가도 또 하나의 질문이다.
 
   혹은 죽음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일 수 있다. 속세를 떠나는 행위, 지금 내가 자리잡은 세상을 떠나는 행위, 이를 통해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난다는 의미로서의 죽음을 간접 체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별 논리 없는 개똥 철학을 내어도 본다. 더 나은 세상을 발견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간직할 수도 있고, 이는 천국을 믿는 사람들도 천국의 존재를 더 깊이 알 수 있다는 어설픈 유비추리를 내어보기도 한다. (이건 물론 아닐 가능성도 높다. 알 수 없는 천국과 알고 있는 다른 문화, 세계는 그 존재부터 물론 다르기 때문이다.)



[살림지식총서 100] 여행이야기, 이진홍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0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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