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7일 토요일

철학 공부 시오작하기

철학공부를 시작했다...라고 나는 말할 수 있을까? 어찌되었건 '철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있다. 처음에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만 들고, 막상 어떻게 해야할지는 감도 잡지 못했다.

철학사 책을 펴본다. 목차를 본다. 질려버린다.
이 과정이 반복되고 반복된다. 끈질긴 의지가 부족한 탓에, 조금 더 쉬운 책을 찾고, 그래도 어려우면 아주 간략한 책을 찾았다. <소피의 세계>도 처음에는 어려웠다. 만화로 된 철학 서적들이 되려 좋았다. 하지만, 저자의 '상상'이 반영이 되는 책은 그리 좋지 않지만, 관심을 놓지 않기 위해서 적합했던 것 같다.

만화는 "신의 나라, 인간의 나라 (이원복 글/그림, 두산동아)"가 좋았다.

여하튼 이렇게 관심을 놓지 않고, 다시 두터운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러셀의 두 권짜리 <서양철학사>, 렘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 힐쉬베르거의 두~꺼운 <서양철학사>, 이론과 실천에서 출판된 <세상의 모든 철학들>같은 철학사 책들의 추천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코플스톤의 책을 추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완역이 되지 않은 데다, 부분을 담은 단행본으로 번역되어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제대로된 공부라면 철학사마나 이렇게 줄창 읽지는 않을테다. 각 철학자들의 글을 직접 읽고, 스스로가 정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게으름 탓, 어렵다는 핑계, 이러저러한 변명으로 철학사를 먼저 읽기로 했다.

자, 읽는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페이지가 넘어간다.

또 다시 문제가 생긴다. 대개의 책 맨 앞 부분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로 시작한다.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의 생각들로 알려진 밀레토스 지방의 철학 이야기가 나온다.'자연철학'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연'이란 말은 자주 듣고, 흔한 말인데, 이 철학자들이 산과 나무, 들판과 짐승, 하늘과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는 갸우뚱 거린다. 분명 같은 단어인데 다른 말 같다.

뭐 그래도 이건 그래도 설명을 읽다보면 '이해'당한다. 이제, '존재론'적인 고찰이니, '실재', '현실', 비슷, 비슷해보이면서도 뭔가 있어보이는 (있어보이는 말들은 대개가 번역된 말이다) 개념들이 나오면, "복잡 다난한게 뭔 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복잡 다난해!"라는 생각만 들고, 지쳐버린다.

또 다시 문제가 생긴다.뭔 말이야, 이게!

어느 정도의 개념이 잡혀야 하는데, 개념도 없고, 개념 없는 녀석이 그렇다고 사전을 찾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혼란스럽기는 그지 없다. 여기에서는 '철학 사전'의 도움을 받는게 좋다. 히구, 그래서 철학 사전을 하나 구해왔다. <철학 대사전>, <철학 소사전>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일단은 엘리자베스 끌레망이 짓고, 이정우 씨가 옮긴 <철학 사전(동녘)>을 데려왔다.

여기에서부터 철학사는 살짝 놓고, 개념 공부를 시작했다.
방법이 옳은지 틀린지는 모르겠다. 버뜨, 알아먹지 모르는 철학사를 계속 훑는 것보다, 개념 정리를 하고, 철학사를 찬찬히 살펴보는게 나은 건 아닐까 하는 결정을 내렸다. 개념 정리를 한다해서, 현대의 '일반적인' 정의를 암기하는 건 아니다. <철학 대사전>과 <철학 소사전>은 살펴본 적이 없지만, 끌레망의 <철학 사전>의 경우, 어원과 각 개념의 역사가 조금씩 설명이 붙어있다. 예를 들어, 형이상학의 역사에 대해 논하고, 정의에 대해 논하며, 논쟁 지점을 살짝 짚어주는 정도로 말이다.

개념을 정리한다는 말, 내 나름의 지도를 그려가며 철학 사전을 '재구성'한다고 말하는게 나을 것 같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도 생겼다. 철학책을 읽다보면, 하도 오래된 시절의 이야기라서 당시의 시대가 궁금해진다. 개념만 바라보니, 정리가 안되는 측면이 있다. 시대를 모르니, 그 때의 생각이 이해가 안된다는 뜻이다. 아니 인정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왜 홉스나 로크나, 비슷한 경험주의 안에서 논해지는데, 정치적인 입장에서의 서로 다른 논의가 나온다. 왜 다른지 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리고 두 명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의 손을 들게 된다. 옛날 이야기들을 살펴보며, 그 흐름을 정리해야 하는데, '선호'가 가려버리니 '호감', '비호감'이 생기고, 비호감의 이야기들은 가볍게 읽은 척만 하고 넘어가버린다. 조큼은 엄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시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이다. 근대 혹은 근세 철학의 이야기를 할 때, "과학혁명", "종교 개혁"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르네상스의 이야기도 나오고 말이다. 이것저것 정리하다보면 온갖 정보들이 튀어나온다. 이 정보들을 정리를 하려면 그 당시의 세계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정리가 안된다. 시기는 뒤죽박죽, 영향이 '철학'으로 딱 한정지어진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자꾸 지금 내 눈으로 그 당시를 판단하려는 버릇이 든다.분명히 21세기의 눈으로 바라보는 건 한계가 있다. 옛날 그리스 시대에 이 시대의 기준을 가져다 대보자. 시대마다 터부의 내용이 변해온 것처럼,

이렇게 여러 정보들이 재구성된다. 하나의 텍스트북이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철학 사전, 유럽의 정치사, 문화사, 철학사, 예술사, 공부를 하는데 여러 가지들이 필요하다. 동시대의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동시에 살펴보는 것도 꽤 재밌는 공부법 아닐까?
지금은 정리 중이다. 일단 목표해놓은 것들이 끝나면, 책들을 동시에 여러권이 아니라, 한 권씩 통독을 해야겠다. 이 때의 목적은 내가 만든 정보의 오류를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정리해놓은 맥락이 옳은지, 틀린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교는 큰 이름 가진 "옛 사람"들이 적은 이 책들을 보며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철학사를 이리 정리하고 있다. 보통의 철학사 책과 비교할 때, 틀린 부분도, 빠진 부분도 참 많다. 그래도, 차차 더하고, 더해나가면 되니, 지금의 실수 역시도 잘 정리해놓는게 좋을 것 같다. V1.0에서 V2.0으로 넘어갈 때, V1.0을 지우는 실수를 모른 체 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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