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5일 목요일

2월 25일

 

 

셀로판지를 한 장 놓고, 비스듬히 또 한 장을 올려놓고, 또 올려놓고, 그렇게 올려놓으면 겹쳐진 부분은 까맣게 보인다. 몇 장은 빼야 한다. 색이 예쁘질 않다. 이게 셀로판지인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손전등을 셀로판지 아래 놓아도, 불을 켜놓은건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도 않는다. 몇 장은 빼야한다.

 

나도 내 능력을 까맣게 만드는 몇 장의 셀로판지를 빼야겠다. 나는 _하는 사람입니다. 앞에 '무엇'이라는 말을 명확하게 만들어야겠다. "나는 _하기 위한 사람입니다."라는 말에서 나는 "_하기 위한"의 그 무엇이 너무 많았다. 셀로판지의 합은 까만 까마귀색인 것처럼, "무엇"이 너무 많으면 "잘 모르겠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만 낳는다. 나는 "할 게 많아서" 따위의 능력을 주체 못해서라는 류의 말도 안되는 '변명'에다, "다른 거 하지, 뭐" 따위의 말로 도망갈 기회만 가질 뿐이다. 빼내야지. 쓸모있는 자존감보다, 쓸모없는 자존심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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