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셋으로 나누어 바라보아야한다. 떠나기 전과 여행 중, 그리고 여행이 끝난 후이다. 우리는 여행에 대한 초조함과 두려움, 그리고 기대감으로 여행 출발 전까지 시달린다.
이제 떠난다. 여행 중이다. 여행 중에는 순간 순간 생겨나는 위협, 그리고 환희로 가득 차 있다. 실상 그 때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아무리 기록을 남긴다 한들, 수 많은 쪽지 종이 중 한 장이다. 특히나 여러 여행을 한 이에게는 굳이 어떤 장소, 기억을 꺼내 볼 여유도 없을 수 많은 여행 중의 하나이다. 여러 가지 중의 하나라는 말은, 비단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여행은 과정이다. 어차피 살아간다는 건 어디로든 여행 중이라는 말이다. 여행은 그 자체가 내 기억으로 오롯이 남아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는, 여행을 통해 '어떤 변화를 갖게 된 나'가 중요한 것이다. 단지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이 순간의 결과로서 기록으로 남아 봤자 앞 서 적은 것처럼 몇 몇 개의 경험 중 하나가 될 뿐이다.
필요한 건, 여행 후의 되새김이다. 나는 여행 후 조금 시간을 갖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도 여행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인도를 다녀온지도 벌써 1년 하고도 2개월이 넘었다. 이제서야 여행지의 사진을 살펴본다. 내가 언제 어디에 갔는지 명확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단지 여행의 일정이 어렴풋이 생각나고, 그 때의 삶이 파편들로 남아있을 뿐이다.
사진 한 장 한 장을 살펴보고, 조금은 변한 나의 입장에서 저 때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순간의 기억에 내 상상력을 더해본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몇 시나 되었을까? 나는 무얼하고 있을까?
그렇다, 타인이 보기에는 괜시리 머리 아픈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여행이란 어딘가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생물학적으로 태어나고, 죽는 것으로 우리네 삶이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기리고, 기념하는 제사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바로 스스로의 영향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문화적으로, 그리고 제사와 같이 타인의 기억과 기념에 의해 죽음이 기려지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단순한 이동의 시작과 끝만이 여행은 아니라는 말이다. 스스로가 그 여행으로 인한 변화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여행이 끝나는 순간인 것이다. 지금에 와서 내 여행을 더 풍부한 이야기의 여행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여행 후, 바로 정리하지 않기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여행이 던지는 감정의 풍요로움을 이해할 수 있을 때, 그 때 정리를 해보는 것이다. 이야기를 떠올리고, 덧붙이고, 상상하며 말이다. 이제서야 내 여행을 온전히 정리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이 그 여행에 마침표를 찍는 시도이다.